AI ‘딸깍 출판’ 검증없이 유통 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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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는 서울대학교 도서관에 검증되지 않은 인공지능(AI) 생성 도서들이 무분별하게 비치되어 있다는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최근 서울대학교 도서관 전자책 장서에 별다른 검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일명 '딸깍 출판(클릭 한 번으로 AI가 책을 만든다는 의미)' 도서가 최소 9,000권 이상 유입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들 서적은 AI를 활용해 대량으로 찍어낸 것들로, 기본적인 맞춤법부터 심각한 번역 오류까지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구체적인 오류 사례를 살펴보면, 국어 음운론을 다룬 책에서 '입다'의 발음을 '입따'가 아닌 '임다'로 잘못 설명하거나,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雪國)'을 '눈국'으로 오역하는 등 황당한 내용이 발견되었습니다. 또한 칸트의 저서를 고대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의 저술이라고 표기하거나, 철학 서적에 맥락과 맞지 않는 '삐라'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등 학술 자료로서의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수준이었습니다.
이러한 도서들이 국내 최고 지성으로 꼽히는 서울대 도서관에 버젓이 자리 잡게 된 것은 대형 서점의 전자책 구독 플랫폼을 통해 대량의 도서를 일괄적으로 들여오는 구조 때문입니다. 특정 출판사는 하루에만 70권이 넘는 책을 찍어내는 등 지난 1년간 7,000권 이상의 전자책을 쏟아냈지만, 이를 걸러낼 검증 시스템이나 AI 저작물 표기 의무가 부재한 실정입니다.
전문가들과 학생들은 이러한 '오류 투성이' AI 도서가 연구 윤리를 저해하고 학술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AI 생성 콘텐츠에 대한 명확한 표기를 의무화하고, 도서관과 서점이 질 낮은 AI 출판물을 걸러낼 수 있는 '큐레이션' 시스템과 선정 기준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